3 장
새벽에 걸려 온 전화가 반가울 사람은 없다.
특히 김비서처럼 도준 곁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는 내 이야기를 듣자마자 차갑게 말했다.
“사모님, 절차를 밟으셔야 합니다.”
“회장님 승인 없이 자금 집행은 어렵습니다.”
잠시 웃더니 덧붙였다.
“쥬얼리도 마찬가지잖습니까.”
“사모님 명의라도 등록 절차 없이 가져가실 수는 없으니까요.”
“무슨 말씀인지 아시죠?”
전화가 끊겼다.
나는 한동안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왼손을 들어 올렸다.
약지에는 결혼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이것만은.
도준의 허락도.
김비서의 승인도 필요 없는 유일한 물건이었다.
문득 웃음이 났다.
재벌가 며느리라는 자리가 이렇게 초라할 줄은 몰랐다.
나는 반지를 빼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이거 팔아주세요.”
새어머니가 깜짝 놀랐다.
“우서연, 너 지금 제정신이니?”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또렷하게 말했다.
“네.”
“지금만큼 정신이 맑은 적이 없어요.”
“그리고 저.”
숨을 들이마셨다.
“도준 씨랑 이혼할 거예요.”
사흘 뒤.
도준이 집으로 돌아왔다.
안방 문이 열렸다.
나는 화장대 앞에 앉아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도준은 넥타이를 풀며 나를 바라봤다.
결혼 후 나는 늘 집 안을 돌봤다.
요리를 하고.
정리를 하고.
베이킹을 하고.
아마 성우그룹 회장 부인이라는 이름이 없었다면.
도준에게 나는 집안일 잘하는 사람 정도였을지도 몰랐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출장에서 돌아온 도준 역시 피곤해 보였다.
그는 그대로 욕실로 들어갔다.
뜨거운 물소리가 들렸다.
예전의 나라면.
그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기 전에 마음이 약해졌을지도 모른다.
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으며 맞아줬을지도 모른다.
도준 역시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언제까지고 자신을 사랑할 거라고.
그래서일까.
샤워를 마치고 나온 그는 아직도 그대로 놓여 있는 캐리어를 보고 잠시 멈췄다.
소파에 앉은 그는 잡지를 한 권 집어 들었다.
그리고 한참 뒤 입을 열었다.
“장인어른은 좀 어떠셔?”
“김비서는 혼냈어.”
“그날 일 때문에.”
가벼운 말투.
미안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았다.
거울 속에서 그의 시선과 마주쳤다.
도준은 여전히 잘생겼다.
예전 같았으면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을 얼굴.
나는 한참 동안 그를 바라봤다.
눈가가 뜨거워질 정도로.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도준 씨.”
“우리 이혼해요.”
